DAUM 의 IPTV, 짙은 안개 속.
최근에 필자가 감상했던 영화 <Mist> 는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안개와 그 속에 도사리고 있는 괴물들, 그리고 그 아득한 공포 속에서 절규하는 인간 군상들의 모습을 담았다. 그리고, 망 없는 IPTV 사업자, Daum 의 IPTV 정책은 바로 그 짙은 안개 속을 헤매고 있는 주인공들의 모습과 유사했다.
그들의 시작은 화려했다.
Daum 은 명실공히 우리나라 최대의 인터넷 미디어 기업이다. 지난 1995년에 시작된 다음 커뮤니케이션즈는 3,700만의 가입자를 자랑하는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한메일넷', 커뮤니티 문화를 선도한 'Daum 카페' , 고객과의 접점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형태의 온라인 미디어 서비스 '미디어 Daum' 등 가히 전설적인 서비스들을 제공해왔다. 비록 현재는 트래픽 1위의 왕좌를 네이버에게 빼앗긴 상태이지만, 그 막강한 네이버의 강력한 경쟁상대이며, 여전히 가장 영향력있는 인터넷 비즈니스 업체로서의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이 또 다른 시도를 하고 있음을 우리에게 알렸다.
(참고자료. Daum 의 Open IPTV 시연영상)
Video: Daum IPTV Demo - 1
Video: Daum IPTV Demo - 2
지난 1월 22일, Daum 은 IPTV 서비스 플랫폼 '미디어룸' 을 전세계 18개국 20여개 사업자에게 공급하고 있는 '한국 마이크로소프트' 및 셋톱박스 전문 개발업체 '셀런' 과 전략적 제휴(MOU)를 체결했다. 이와 함께 Daum 이 공개한 'Open IPTV' 는 VOD 나 실시간 방송 등 A/V 위주의 기존 IPTV 서비스와는 달리, 인터넷의 다양한 서비스를 그대로 TV에서 구현해 낼 수 있는 '풀브라우징' 을 지원하는 것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이로 인하여 다음 포털은 물론 모든 웹, 모바일 서비스를 기존 환경과 동일한 방식의 사용자 환경으로 연계 가능하며, 홈 서버나 개인 홈페이지, 카페, 블로그 등과도 연동이 가능해진다.
또한 '미디어룸' 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글로벌 사업자 네트워크를 통해서 한국의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것이 실현된다면 해외에 주둔하고 있는 군대, 자국 기업, 병원, 교민 등을 대상으로 한국의 콘텐츠 수요가 가능해진다. 또한 해외의 콘텐츠를 보다 손쉽게 우리나라에 서비스하는 것 또한 가능해진다. 이로 인하여 B2B(기업대 기업) 사업 모델이 창출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다음의 이러한 '개방형' IPTV는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사람들이 직접 서비스에 참여하여, 공동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게 함으로써 다양한 관련 업체들이 자신들의 콘텐츠를 자유롭게 내놓을 수 있는 오픈된 서비스를 지향한다. 이러한 독보적인 행보는 이제껏 아무도 구축하지 못한 서비스 모델의 선점으로 새로운 수익 구조를 창출하면서, 이제까지의 IPTV 서비스가 구시대적 TV 서비스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것이 비해 기존의 TV 환경과는 전혀 다른 진정한 의미에서의 '차세대 TV 서비스' 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과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그들의 동맹은 흔들렸다.
그러나, 그들의 화려한 시작에 비해 Daum 의 앞날은 불투명하기만 하다. 일단, 많은 기대를 보이던 '다음 연합군' 중 MS가 돌연 지분 참여를 철회한 채, 지난 3월 23일 다음과 셀런은 공동 조인트 벤처회사(JV) '오픈 아이피티비(Open IPTV)' 를 설립했다. 이 합작에서 다음은 콘텐츠 개발 및 운영을 총괄하고, 셀런은 방송시스템 구축(SI)과 디바이스 공급 및 유통을 맡을 계획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배경으로는 MS 본사에서 자사의 서비스 '미디어룸' 에 대해 여러 통신사업자들이 투자를 요청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시장에만 직접 투자를 하기는 어렵다고 판단, 한국 MS 의 행보에 제동을 건 것으로 알려졌다. 비록 한국 MS가 앞으로도 지속적인 협력 관계를 유지하겠다고 하지만, 사실 어불성설이다. 필자가 판단한 바로 이는 MS가 한국의 방송산업 구조에서 Daum 이 본래 구상했던 비즈니스 모델의 성공적 정착이 어렵다고 판단을 내린 결과로 해석된다. 쉽게 말해 한국은, MS에게 있어 그다지 매력적인 시장이 아니었다는 이야기다.
또한 한국 MS는 당초 MS의 미디어룸에 Xbox 기능이 있고, 국내 사업에서 셋톱박스로 이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나 이러한 계획 또한 불투명해지게 되었다.
대체 무엇이 Daum 을 이렇게 압박하고 있는 것인가?
망 사업자들에 비해, Daum 은 약하다.
'망 없이 IPTV 서비스를 제공한다' 는 Daum 의 계획은 야심찼지만, 사실상 현실을 파악하지 못한 것이 아니었는가 한다. 그리고 그 '현실' 은 너무도 적절하게 '돈' 이라는 단어와 맞아떨어진다.
일단, 칼자루를 쥐고 있다고 할 수 있는 망 사업자들이 "이번만은 어림없다" 는 식으로 잔뜩 벼르고 있다. 기실 기존의 초고속 인터넷 사업에서 망 사업자들은 실컷 멍석을 깔아 주었고, 실제로 돈을 번 것은 멍석 위에 앉아 장사를 벌였던 포털 업체들이었다. 따라서 포털 업체들이 달콤한 사탕을 입속에서 녹이고 있을 때 군침만 삼키고 있던 망 사업자들이, 새로이 다가오는 뉴미디어 환경에서 다시 한 번 과거의 전철을 밟으려 할 리 만무하다. 따라서 Daum 이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고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KT나 하나로텔레콤이 제공하는 IPTV보다 원가가 높아질 수 밖에 없다. 가뜩이나 돈 내고 TV 본다는 것에 대한 개념이 없는 우리나라 국민들의 정서를 생각해 볼 때, 망 이용대가, 셋탑박스 보급, 막대한 마케팅 비용까지 감당해 내려면 Daum 은 힘에 부칠 수 밖에 없다.
돈이 없다는 것은, 더 치명적인 다른 문제를 불러 일으킨다. Daum 은 물론 국내 최대 포털이지만, 망 사업자인 KT 나 하나로텔레콤-SK 컴즈 등의 거대 기업들과 비교한다면 자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Daum이 신화적 사업을 일구어낸 인터넷 환경과는 달리, 방송시장이라는 것은 이미 다 갈라 먹은 파이를 빼앗아 와야 하는 피튀기는 전쟁터이다. 오늘 네이버에 접속한 사람이 내일 다음에 접속할 수는 있어도, 오늘 메가 TV를 이용하는 사람은 내일도 메가 TV를 이용할 수 밖에 없다. 이것은 '목적지' 를 선택하는 문제가 아닌, '가는 길' 을 정하는 것이다.
따라서 일단 많은 시청자를 확보하지 않으면, 다시 말해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시키지 않고서는 수익성을 낼 수가 없다. 하지만, 거대 망 사업자들에 비해 자본력이 떨어지는 Daum 은 그들만큼의 컨텐츠를 확보한다는 것이 어렵다. 일단, 지상파 재전송부터 큰 문제이다.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현재도 지상파 방송국들은 자사의 방송물 재전송에 수백억대의 대가를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에 따르면 Daum과 셀런의 합작 회사는 자본금 200억원 규모인데 비해, KT는 연간 1300억원 이상의 콘텐츠 투자 및 수천억원 대의 망 관련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규모의 차이를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과연 Daum 은 이러한 자금의 압박에서 다른 IPTV 경쟁사와의 경쟁, 그리고 디지털 케이블 TV와의 경쟁에서 살아 남을 수 있을 것인가?
(참고자료. Daum 의 IPTV 서비스 화면)
표류하고 있는 망 동등 접근권 문제
그나마 Daum 의 숨통을 틔워줄 수 있는 것이 IPTV 특별법에 명기된 '망 동등접근권' 이다. 지난 12월 IPTV 특별법이 통과되면서 망 동등접근권을 보장받고, 다음의 IPTV 사업 진출은 탄력을 받는가 싶었다. 그러나 현재 IPTV 시행령을 조율 중인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가 IPTV 특별법에 명기된 '망 동등접근권' 에 대해 세부범위와 내용을 놓고 대립을 보이고 있어, Daum 은 속만 태우고 있는 실정이다.
정보통신부는 '정보통신사업법' 에 따라 신규설비(구축 시점에서 3년이 지나지 않은 설비) 에 대해서는 망 동등접근권에 예외를 두어야 한다는 입장인데, 다시 말하면 IPTV 서비스 제공의 핵심인 초고속 광랜 등에 대한 동등접근권을 보장하지 않겠다는 이야기이다. 반면 방송위원회는 기본적으로는 모든 망에 대한 동등한 접근권이 보장되어야 하며, 업무 장애가 발생하거나 기술 기준이 맞지 않는 매우 특별한 경우에서만 망 임대를 거절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논의가 지속되는 배경에는 관련 업계들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터인데, 거대 망 사업자들을 등에 업은 정보통신부의 입장을 누르고 망 동등 접근권이 보장될 것이라는 약속은 그 누구도 할 수 없다.
결정적으로, 그들은 TV를 너무 순진하게 보고 있다.
Daum 이 무기로 내세우는 것은 온라인 콘텐츠의 TV 이식이다. 풀브라우징(기존 웹페이지를 변형 없이 그대로 보는 것) 을 포함해서, 카페, UCC, 블로그, 아고라 등 다양한 포털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TV 에서 누가, 얼마나 그러한 콘텐츠들을 즐길 것인가? 백번 양보해서, 아주 이상적인 서비스를 제공하여서, 지금의 Daum 이 있게한 젊은 네티즌들의 전폭적인 호응을 이끌어 낼 수 있다고 하자. 그러나 주로 TV를 보는 이들은 그들이 아니지 않은가. Daum 이 제공하는 '기존과는 다른 혁신적인 TV 서비스' 를 무리없이 받아들일 3~40 대들이 얼마나 되겠으며, 그 이상의 연령층은 그러한 서비스에 관심조차 보일지 의문이다.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Daum 이 추구하는 IPTV 서비스 모델이 긍정적이다 하더라도, 당장 시장 초기에 시청자들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Daum 은 그 막대한 투자자본을 감당해 내지 못할 공산이 크다.
이와 대비되는 NHN의 전략이 눈에 띈다. NHN은 KT의 메가TV와 손잡고, 자사의 실시간 검색 서비스를 지난 1월부터 제공해왔다. 메가 TV에 얹혀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국의 NHN은 물론 KT의 눈치를 보아가며 IPTV 사업을 진행해 나가야 하겠지만, 이미 국내 통신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KT와 손잡고 경쟁업체들과 비해 일단 일찍 서비스를 출시했다는 강점이 크다. 선도자의 법칙은 강력하다. 시청자들의 인지도를 높이면서, 추후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에도 한발 앞서 나갈 수 있다. NHN은 리스크가 낮으면서도 실속을 챙길 수 있는, 지능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여진다.
Daum, 그 다음.
결론적으로 Daum 의 IPTV 서비스 모델은 '생각은 좋았으나 시기상조인' 시도로 보인다. 다음 내부에서도 이러한 사실을 모르지는 않을 터, 김철균 부사장은 "주요 SO의 디지털 TV에 검색 파트너로 참여하는 등 NHN 의 IPTV 서비스 모델과 비슷한 다양한 전략도 동시에 모색하고 있다" 고 밝혔다.
Daum 의 생각은 무시되어서는 안 된다. 방송과 통신의 융합과 함께, 그들의 패러다임은 언젠가 새로운 TV 시청 환경을 조성할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손에 닿지 않는 곳에 그 이상이 놓여 있다. 인터넷과 핸드폰에 익숙한 지금의 젊은 세대가 편안하게 TV 앞에 앉을 때, 좀더 막강한 자본력과 경험이 축적된 사업자가 과감히 투자할 때, Daum 의 시도가 현실이 되는 날은 바로 그 '다음' 일 것이다.
- 노래가 사람에게 감동을 주는 것처럼, 저 또한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싶습니다. Song’s Journal 은 그런 마음으로 씌여집니다. 2008. 3. 25. 송재원
참고자료
조인스 뉴스 '다음 IPTV, 3각 제휴 이상없나?' http://news.joins.com/article/3083938.html?ctg=-1
디지털 타임스 '다음 IPTV 진출 산 넘어 산' http://www.dt.co.kr/contents.htm?article_no=2008022202010531727003
행복한 선장의 블로그 'IPTV 전망 - Daum IPTV' http://bloggernews.media.daum.net/news/788970
전자신문 '포털 3사, IPTV 전략 ' http://bloggernews.media.daum.net/news/788970
서명덕 님의 블로그 '다음 IPTV 이렇게 동작' http://itviewpoint.com/tt/index.php?pl=3787
서명덕 님의 블로그 '다음 IPTV 올인...'http://itviewpoint.com/tt/index.php?pl=3784

